한 학기를 시작하면서 무언가 새롭고 더 큰 경험을 하고 싶은 마음을 먹기 마련이다. 이번학기에는 특별히 사회봉사라는 과목을 들으면서 봉사를 통해 생각과 이해의 폭을 넓히고 싶었다. 장소는 우리 집 주변에 있는 복지관이었다. 이름하여 노틀담복지관..
노틀담. 노트르담 일명 Notre-Dame은 가톨릭에서 '성모 마리아'를 의미하는 프랑스어 존칭이라고 한다. 그 이름답게 바로 옆에는 수녀원이 있었다. 너무나 놀라웠던 점은 어려서부터 몇 번씩 이 주변을 왔는데도 바로 옆에 있는 이곳, 노틀담수녀원과 복지관의 존재를 몰랐다는 사실이었다.
그러한 충격을 뒤로한채 매주 2-3시간씩 복지관으로 가서 장애우들과 함께 쿠키, 빵을 만들면서 봉사를 시작했다. 사실 이 봉사를 선택할 때만 해도 무언가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어떤 장애우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그를 변화시키고 서로 교감하며 나도 성장하는...그런..? 기대와 상상으로 너무나 봉사가 재미있을 것 같다는 감정뿐이었다.
그러나 웬걸.. 복지관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의 기대 속 귀여운 장애우 꼬마친구들이 아닌 성인 장애우들이었다. 장애우를 생각했을 때, 그 전에는 다 큰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같은 사람들을 생각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조금은 놀랐었다. 그리고 처음 봉사시간에는 고된 육체적 노동이 없었음에도 힘들고 피곤했다. 재미와는 거리가 먼 봉사였다.
차츰 봉사라는 개념과 의미를 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색하기만 했던 관계가 어느덧 익숙해졌고, 친근해졌고, 기다리게 되었다. 그렇게 된 것은 나의 노력보다는 장애우들 각자의 따뜻함에서 나온 것이었다. 사람의 간사함이라는 것은 이런 것일까? 어느덧 나의 마음은 초심을 잃고 나를 따뜻하게 맞아줬던 장애우들의 똑같기만한 행동과 말에 지겨움을 느끼고, 어떤 때는 싫은 감정까지 드는 것이 아닌가!! 나는 이런 내 자신에 너무 놀랐고, 무서웠다.
다시 그러지 않도록 마음을 다 잡고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며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중 어떤 글을 보고 그런 마음들을 지워버릴 수 있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마음들이 있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들이 있는데 그것들을 각자의 이기심이나 각박한 현실 속에서 잘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만난 장애우들은 그 따뜻한 마음들을 각자 잘 드러내는 너무나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처음 온 사람에게 어색하지 않도록 말을 걸어주고 인사를 하는 사람, 조그마한 것도 주려는 사람, 자신이 열심히 만든 빵을 나눠주는 사람, 먼저 와서 말을 거는 사람, 질문하는 사람, 춤을 추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이 사람들은 정말 순수하게 변함없이 하는 행동들을 나는 똑같아 지겹다고 하면서 마음이 변해버린 것이었다. 그 글을 읽고 나서 나자신을 반성하고 우리는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을 다 표현할 줄 아는 사람들이 좋아졌고, 미안했다.
이같은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다 각기 다른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우들이었는데, 같은 장애우들끼리 자신이 조금 낫다고 여기면서 다른 이를 무시하는 상황을 보았다. 참 뭐라고 해야할까. 왜 더 서로 더 사랑해주지 못하고 이러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지 생각 끝에 든 깨달음은 우리도 이와같다는 것이었다. 그들을 통해 우리를 볼 수 있었다. 우리도 같은 친구면서 사람이면서 어떤 이를 보고 무시하고, 경멸하고, 미워하지 않았나. 나으면 얼마나 낫다고 헐뜯고 비방하였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국 나는 그들을 보면서 나를 보게 되었고, 우리들을 보게 되었다. 우리가 장애우들보다 나은 것은 전혀 없었다. 어쩌면 더 부족하고, 모자른 부분이 많아보였다. 우리가 더 부족하기 때문에 비장애인으로 태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고비들을 넘기고 정을 붙이기 시작하자 벌써 한학기의 봉사활동시간이 끝이 났다. 나의 봉사는 남을 위해서 한다고 시작했지만 결국 나를 돕는 일이 되어버렸다. 그들을 통해서 나를 보게 되었고, 그들의 행동을 통해서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그들은 시간이 지나서 가도 나를 반갑게 맞아줄 것이고, 마지막에도 처음과 같이 인사하며 헤어질 것이다. 난 그들이 좋다. 내가 만난 그들은 천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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